유라토의 잡동사니

TRT를 그만두며 본문

일상다반사/TRT 일기장

TRT를 그만두며

Yurato 2023. 6. 14. 21:52

어언 18개월에 걸친 iHH 치료과정이였습니다.


치료 중 호르몬 선택의 갈림길에서 불만족감이 심해져서 응급실과 보호 병동 입원까지 다양한 일이 있었고, 애인과도 헤어지게 되기도 했네요. 18개월이 지난 지금. 수치가 정상 수치에 가깝게 안정화가 되어서 약물 투여 없이 6개월마다 검사하는 것으로 변경됐습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병원비만 1,000만 원 가까이 들었고, 부모님은 지쳐 이야기할 때마다 매번 싸우기만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연락을 안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병원비 때문에 부모님과 매번 싸우게 되는 건 참으로 안타까울 수 없네요. 항상 그런 뜻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비급여 관련된 진료가 계속되고 정신과 진료도 지속되다 보니 병원비가 상당히 부담이 많이 되더라고요. 

 

우울증도 많이 완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생활하는 것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고, 이전처럼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자해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다만, 방아쇠에 걸리면 아직도 울다 잠드는 날이 반복되는 건 사실입니다. 이건 제 마음이 아직 여리므로 그런 거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는 건 사실이네요. 약을 먹지 않아도 잠이 오는 정도로 수면의 패턴도 많이 정상화되었습니다.

 

8월에 대학교가 졸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길다면 긴 5년의 대학 생활이 마무리를 짓게 되는 기간인데,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째 학교에 대한 미련이 하나도 없네요. 

 

가장 중요한 이야기도 해야겠죠. 그동안 F64.9를 받은 성소수자로 살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싸우기도 했고, 웃기도 했고, 울기도 했고. 그런 성 소수자 위치에서 이젠 벗어나고자 합니다. 물론 아직도 이쁘신 분들이나 이쁜 여성 옷들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고 부럽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그만두고 그냥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 선택을 하는 것에 앞서서, 너무 많은 차별대우를 당하다 보니 더 이상 이 길을 걷는 것은 우울증이 더 심해질 것 같기도 하고, 사회에서 너무 동떨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올해 들어 심하게 느낀 것이 원인입니다. 물론 이 원인에 부모님도 있고 친구들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관심에 두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하나 때문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선택이 틀린 결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주변인들과의 갈등이 심화하는 것은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기에 정리를 하고자 합니다. 이미 너무 많은 길을 돌아와 버려서 다시 되돌리기가 힘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트위터 서윤이의 Roland 계정으로 만나 뵙게 된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어디서든 저를 다시 만난다면 밝은 모습으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ps. 앞으로는 트위터 SeoYun계정으로 만나뵙겠습니다.

'일상다반사 > TRT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호르몬 하기 진짜 싫다  (0) 2022.11.14
1장. TRT를 시작하기 앞서  (0) 2022.11.06
1-1장. F64.9와 입원 이야기  (0) 2022.11.0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