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토의 잡동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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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2022년을 돌아보며, 내년을 기약합니다.

Yurato 2022. 12. 29. 00:06

2022년의 회고록 아닌 회고록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2020년을 마지막으로 일본여행으로 시작하던 1년은 코로나로 인해 2021년 2022년 두 번 다 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여행으로 1년을 시작하면 항상 한 해가 잘 되는 느낌이었는데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는 생각을 매년 하였습니다. 내년부터는 코로나가 조금 풀렸으니 다시 여행으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22년의 주요 이벤트는 역시나 건강으로 1년을 소비했다는 게 가장 큰 이벤트일 거 같네요. 이전글에도 있었다시피 2022년 4월에 회사 내에서 건강검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빠르게 대응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역시나 늦은 거 같더라고요. 하나하나 망가지기 시작해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무너져 내리는 정신건강과 간, 심장, 신장, 근육 등등 제 몸은 그렇게 망가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sella MRI도 찍어보고, 유전학 검사도 진행해 보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도 그렇고 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잦은 잔병치레와 오지 않는 변성기 등 다양한 질병이 있었다는 사실을 바로 그 질병..... IHH(isolated hypogonadotropic hypogonadism) 원인 미상의 저성선 자극호르몬 성선저하증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 후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성차별을 심하게 받았으며, 집안 내에서도 장남 장손의 무게를 많이 받으며 커왔습니다. 그런 생활이 이어져 왔기 떄때 반대의 성별이 되기를 많이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이제 남성호르몬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사람이 미쳐버린 거죠. 결국에는 디스포리아에서 오는 우울감과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2022년 07월 26일 생일 바로 다음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입원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혼자 보호병동에 입원하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었는데,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만나게 되어 같이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또래의 환자들이 많이 있었으며, 더불어서 호흡도 잘 맞았기 때문이죠.

물론 입원기간 동안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습니다. 자해시도도 있었고, 물건들 다 던져버리는 사건도 있었고요. 부모님은 선택을 강요하고 계시고, 반대의 선택을 할 경우에는 의절하겠다는 선언을 하시면서 결국에는 부모님의 협박으로 남성호르몬을 선택하는 결과가 이루어졌죠. 그래서 아직도 저는 호르몬 투여를 할 때마다 디스포리아에서 오는 우울감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나의 애인을 위해서라도 치료받으면서 살아야죠.

 

아무래도 비급여 관련된 진료가 계속되고 정신과 진료도 지속되다 보니 병원비가 상당히 부담이 많이 되더라고요. 이거 때문에 부모님이랑도 많이 다투는 중입니다.  5월부터 12월까지 병원비만 400 넘게 나온 거 보고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안아프면 돈버는 것이라는 말은 옳습니다.

그런데 치료를 잘 받는 와중에 남성호르몬 치료를 하면서 몇 가지 증상들이 더 생기기 시작해서 골다공증, 고혈압전단계, 뇌하수체기능저하, 갑상선기능저하 등등 뭔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 교수님이 호르몬투여를 중단하게 되는 상황이 지금 현재입니다. 

 

그러게요? 제 치료의 방향성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요?

연말이 되면서 자해시도와 공황장애가 자주 일어나는 시점에 그래도 소중한 친구들과 동생들이 옆을 지켜주고 같이 있어줘서 항상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글을 보게 될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말로는 못하는 고맙고 좋아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정말 짧은 시간에 친해진 친구들이고 동생들이지만 오래된 친구들보다 오히려 더 잘 통하는 사람들이라서 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올해도 무사히 넘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이 친구들에게도 미안한 일들이 많이 있지만요. 그래도 저를 받아주는 친구들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뮤즐리 사업이야기도 빠질 수 없을 거 같네요, 2021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뮤즐리는 2022년을 넘어오면서 투자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고, 앱 출시가 계속 늦어짐에 따라 지출의 속도가 수익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2년 차에 결국 추락하는 상황 (이름바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월급을 줄 돈도 없어져가고, 음원수익금을 지급할 돈도 없어져가는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어 팀원들을 떠나보내기도 했습니다. 하루하루에 생존이 걸려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뮤즐리는 SCF라는 행사를 토대로 다시 되살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끝까지 뮤즐리에 붙어있는 우리 이사진들과 원년멤버들, 항상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월급 못 받아서 밀리고 있는 카드값과 대출이자 등등 뭐 금융적인 문제도 저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하나의 요인이지만, 이것도 뮤즐리가 잘 해결된다면 내년에는 털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이 때문에 부모님과의 마찰은 거의 100%로 차있는 상황입니다만, 어쩔 수 있나요. 누가 그러더군요 창업하면 불효자라고.)

 

소중한 애인이야기도 한 줄 더해보자면, 올해가 끝나면 482일이 됩니다. 올해 1월 1일을 같이 제주도에서 해돋이로 시작해서 중간중간 작은 이벤트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던 거 같아요. 특히 63 빌딩이 가장 높은 건물로 알고 있던 우리 애인에게 롯데월드타워 레스토랑에서 보내는 기념일 등등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었어요.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5월달에 너무 힘든 나머지 하은이집에서 자해를 하고 자살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응급실을 가게 되어서 하은이에게 너무 많은 충격을 줘서 힘들게 한 점이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이때, 저희 부모님한테도 한소리 들었다는걸 알게되어서 더욱이나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하은이가 잘못한게 아닌데, 내가 잘못한건데 말이죠. 또한, 작년에 사소한 트러블이 있어서 나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었는데,  올해도 크리스마스에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한 감정이 너무 크게 드네요. 내년에는 꼭 좋은 선물로 보답해 줘야겠어요. 하은아 내년에도 잘 부탁해! 

 

내년에는 대학교가 졸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길다면 긴 4년의 대학생활이 마무리를 짓게 되는 기간인데, 어째 학교에 대한 미련이 하나도 없네요. 대학친구라고 할만한 친구도 하나, 둘? 말곤 없기도 하고요. 연구실 생활도 참 다사다난했지만 따로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앞으로 대학교도 졸업했겠다, 뮤즐리에 집중해서 탄탄한 직장으로 거듭나도록 해야죠. 뮤즐리가 성공하는 그날까지 누구보다 더 열심히 불태워야 하겠죠? 졸업하면 뭐할거냐 라는 대답에는 저는 뮤즐리 말곤 없습니다.

 

다사다난한 1년을 보냈으니 더 이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2023년에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뮤즐리도 다시 힘을 내서 이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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